본문 바로가기
수학자 이야기

학문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by 마늘빵12 2023. 10. 6.

히로니카 헤이스케(1931년 ~ )는 아시아계 두 번째로 필즈상을 수상한 수학자입니다. 음악과 수학을 사랑하고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하는 히로니카 헤이스케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수학에 빠져들다

히로니카 헤이스케는 1931년 일본의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났습니다.  재혼 가정에서 자란 히로니카의 형제자매는 모두 15남매였고 그중 일곱 번째가 히로니카입니다. 히로니카의 유년기는 전쟁 중이어서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히로니카는 중학생 시절에 피아노 배우는 데 몰입했지만 안타깝게도 연주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집에 피아노가 없었던 탓에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등교하여 학교 피아노로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고전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 연주회에 가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이던 히로니카는 히로시마 대학의 수학 교수가 하는 강연을 듣고 수학에 빠져들게 됩니다. 재수 끝에 교토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하였으나 3학년 때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깨닫고 전공을 수학으로 결정합니다. 대학원에서 대수학을 연구하던 히로나카는 당대의 수학자 자리스키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자리스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열심히 설명했고 후에 자리스키의 초청으로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자신의 이론을 만들다

히로니카가 대학원생일 때의 일입니다. 자신의 연구에 슬럼프를 겪고 있던 히로니카는 길을 가다가 수첩을 떨어뜨렸습니다. 이때 한 소녀가 수첩을 주워 주며 "선생님! 수첩 떨어트리셨어요"라고 말합니다. 연구 성과를 내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던 히로니카는 소녀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꼭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만남 이후 마음을 다잡고 연구를 하다가 하버드대학교 유학길에 오르게 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됩니다. 학위 취득 후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수학과 조교수가 됩니다. 

 

히로니카는 대수기하학을 연구했으며 당시 대수기하학의 난제였던 대수다양체의 특이점 해소 정리를 완벽하게 증명해서 발표합니다. 대수기하학에서 특이점이란 죄표평면에 그린 함수의 그래프에서 선이 뾰족하거나 선끼리 겹칠 때 생기는 매끄럽지 않은 점을 말합니다. 이런 접점을 분리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기술한 것이 특이점 해소입니다. 히로니카는 모든 차원에서 특이점 해소가 가능하도록 기존의 자리스키 정리를 확장하였습니다. 특이점은 모두 차원을 높이면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증명으로 히로니카는 스타 수학자로 올라섰고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 필즈상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특이점을 갖는 2차원 곡선(빨간선)의 차원을 하나 높이면(검은 선) 특이점을 없앨 수 있다.

 

학문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다

히로시카는 여러 강연과 책에서 자신을 '평범한 지능을 가졌지만 학문의 즐거움에 대한 경험과 호기심을 가진 덕에 어는 정도 성취를 했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수학을 사유와 즐거움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학생과 일반인을 위해 집필한 자서전 『학문의 즐거움』에서도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삶의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필즈상을 탈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나는 천재가 아니다. 유별나게 똑똑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쟁쟁한 천재들 사이에서 어는 정도 성공을 거둔 것뿐이다. 나 같은 사람도 성공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수학 교수의 강연을 듣고 수학의 길로 접어든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히로시카는 교육에도 매우 헌신적입니다. 일본수리과학재단을 만들어 고등학생 영재들에게 수학적 소양을 가르치고 수학 분야로 해외에 유학하는 학생들의 경제적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열린 최초의 세계수학자대회인 1990년 교토 세계수학자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회에 참석하는 세계의 젊은 수학자들을 위한 여비 지원 프로그램을 자신의 비용으로 운영하면서 '나는 재능보다 더 많은 것을 평생 얻었으니 다음 세대에게 이를 돌려주어야 마땅하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히로니카는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있습니다. 2008년부터 3년간 서울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매년 3개월을 우리나라에서 보냈습니다. 그이 강의를 듣고 대수기하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한 사람이 허준이 교수라고 합니다. 허준이 교수는 2022년 필즈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수학자입니다. 히로니카는 서울대 석좌 교수로 지내면서 받은 수입 대부분을 국내 학생들의 수학 교육에 써 달라며 기부한 바도 있습니다. 

 

 

히로니카의 영향과 의의

히로니카는 그 자신이 말했듯이 천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끈기 있게 성실하게 연구하여 성과를 냈습니다. 천재들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들과 비교를 하지 않고 인정의 태도를 가지고 더 나아가 존경심까지 가지며 상대가 성장할수록 그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학문의 즐거움을 통해 스스로 선택한 배움의 과정을 걸으며 지식의 충만함을 채우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